답사를 다녀왔다. 답사 기록을 나눠 기록하려고 한다.
여순10·19평화공원이 위치한 곳은 장대다리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광양과 여수로 진출입하는 길목이면서 순천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로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다.
순천시는 2021년 10월 14일, 장대다리 인근에 '여순10·19평화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여순항쟁 일지가 있고, 좀 더 들어가면 사진과 함께 짧은 설명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줄게
이리 와 잠시 들어 봐
평화로운 동네에 나팔소리 들리던 가을 날,
한밤 중 이야기 그들은 소가락 총성에 맞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쏘았지
그뿐인가? 골짜기 속으로 몰아넣고
불태워 흙과 돌로 덮어 버렸지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바른길 앞서 걷던 그들의 눈물을
지금껏 알아주는 이 없네
버드나무 아래서 살려 달라는
말도 없이 눈을 감은 그들을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아 불행의 넋이여
나 영영 울지도 못하네
한 평생 풀지 못한 그날의 밤이
그 한 이름이 사라질까 무서워
싸늘한 그 계절 돌아오며는
살아 있는 게 죄인 같아 어려워
그 맞은편에는 뒤틀린 총구 조형물이 있다.
아래에 쓰인 기록을 천천히 읽다보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서부터 느껴진다.
처음 순천에 왔을 때, 동천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천이 있다는 게 바닷마을에 살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천을 따라 산책하고 햇빛 아래 가만히 여유를 즐기는 일이 참 좋았다.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동천. 순천 도심을 흐르는 동천이, 1948년 여순항쟁 당시 참극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10월 20일 오전 시내로 진입하려는 봉기군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으나 화력이 약한 경찰이 많이 희생되었고,
10월 24일 이곳을 지나가던 미국 라이프지 칼 마이던스 기자가 경전선 철교가 보이는 동천의 서쪽 제방에 희생자들 모습을 비롯해 장대다리 옆 제방 안쪽에다 던져 놓은 희생자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아까 평화공원에서 보았던 사진이다.
가족들이 순천북국민학교와 순천농림중학교 등에서 학살된 사람의 시신을 찾아 나섰지만, 못 찾은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학살 이후 다른 곳에 버려졌기 때문에. 동천 제방 등의 시신은 훗날 수박등 공동묘지와 남산으로 옮겨 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이토록 평화로워 보이는 장소에 아픈 역사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길 바란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이 없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 주철희, 『여순항쟁답사기2』, 흐름, 2022년
발제하여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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