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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

<여순항쟁이 담긴 소설을 읽고 - 1> 정미경, 공마당

 

공마당의 초반부는 별순가 완전 반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별순은 헝클어진 머리와 땟국물 절은 옷을 입고, 숙제도 해오지 않는다. , 수업 시간에 졸기 일쑤여서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듣고, 옷 한 벌로 한 계절을 나며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한다.

그에 반해 는 학교 갈 때 입는 옷, 집에서 입는 옷 다르고 잠옷은 또 따로 있다. 옷을 더렵혀서는 안 되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 공산당과 북한 괴리군이 얼마나 무서운지,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지 같은 내용의 글을 써서 상을 받는다.

는 학교에서는 아는 체도 않으면서 별순이라는 애칭을 지어줄 정도로 별순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모순된 행등을 보인다. ‘는 별순의 엄마와 자신의 엄마를 보며 곧 날아가버리고,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공통점이라는 거의 없을 것 같은 이 두 인물은 여순항쟁의 피해자인 어머니의 자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별순은 "함부로 말하지 마 울엄마 무시하는 사람은 다 죽일거야, 누구든."(13)라고 말한다. ‘는 엄마에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지만, "얘 너 큰일났어. 네 엄마가 기차길에서 서성거리다 마주오는 기차에 뛰어들었대."라고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도 모를 말을 듣자마자 냅다 달린다.

 

 

 

 

 

 

 

 

 

"별순 엄마에 견주어 엄마의 삶은 얼마나 어리광처럼 느껴지던가."(31) 생각했지만, 김씨와 수통다리 영감이 몰래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까?

 

 

 

 

 

 

 

 

 

마지막 문장 "온통 빛뿐이다. 모든 것이 빛에 굴절되어 어른거린다. 공마당은 여전히 고요하다."(33)가 별순의 엄마에 이어 의 엄마도 죽는다는 암시로 느껴진다.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몰래 몰래 전해지는 것이 이 시대상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별순의 엄마와 나의 엄마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라 파해 당시에 멈추어 있는 인물로 보인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도 고통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 나는 별순과 달리 현실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가르치는대로 사는, 시대감각이 별순보다는 떨어진 채로 착하게살아가는 인물로 보였다.(‘착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의 착함이 아니다. 강요 당한 착함이다.) ‘는 엄마의 옛날 이야기(피해 사실)를 들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가 어떠한지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 속 의 생각과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수통다리 영감이 김씨에게 말하는 것을 읽으며 손가락총의 악몽도 떠오른다.

 

젊은 청년들의 집단 앞에는 경찰관의 보호를 받은 젊은 사람들이 어서 집단 안에 있는 사람을 하나씩 지저하고 있다. 이들은 대게가 반란군이나 폭도들로부터 피해를 입었거나 입으려다 구출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적개심을 가지고 3일 동안에 인민위원회 계통에서 활약하던 인사들을 뽑아내는 것이다. 손가락이 한번 가르쳐진 사람은 사정없이 끌려 나간다. 끌려 내린 사람들은 또 다시 집단 속에서 자기와 같이 행동하던 사람들을 끄집어내도록 명령을 받는다. 주저하다가는 얻어맞고 주저하다가는 얻어 맞고한 끝에 결국 또 하나를 손가락질한다. 새로이 끌려나오는 사람은 손가락질한 사람에게 한사코 달리어 덤빈데 그것도 그럴 것이다. 변명할래야 아무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 자식아 눈깔이 뒤집혔느냐” “내가 언제 폭도에 가담하였느냐고함을 쳐보지만 소용없는 것이요. 당장에 경찰관에게 제지를 당하고 만다. (유건호, 『조선일보』 19481029)

 

강요에 의해서 죄없는 이들이 지목 당하고, 경찰에게 얻어 맞고 죽임까지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주철희, 『여순항쟁답사기2』, 흐름, 2022)

이런 일이 허구가 아닌 실제로 있던 이야기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아픔보다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지인들. 내가 감히 가늠도 못 할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그저 묵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