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가다 - 3 : 여순항쟁탑
여순항쟁탑에 갔다.
여순항쟁탑은 순천역에서 남쪽(여수 방향)으로 약 2km 지점인 팔마경기장 내에 있다. 그러나 이곳이 여순항쟁과 특별히 관련된 장소는 아니다.
여순항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1998년, 여순항쟁 50주년을 맞이하여 처음 '위령제'를 거행하면서 발판이 되었고, 2003년 순천에서 '여순사건 화해와 평화를 위한 순천 시민연대'(이하 여순연대)가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여순연대는 사건의 진실 규명과 위령탑 건립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여순항쟁탑은 여순항쟁 주요 발발지인 전남 동부지역의 순천, 사진의 항쟁탑이 유일하다. 탑 아래 받침돌은 한반도를 의미하고, 좌우로 갈라진 돌의 모양은 좌우 이념 대립과 한반도 분단을 상징한다. 위로 뻗은 여러 돌은 희생자의 넋과 통일 의지를 상징화했다고 한다.
설계는 양해웅, 글씨는 신영복, 글은 박두규, 제작과 기획은 위계룡, 실무 책임은 박소정이 맡았다.
탑 중앙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동백꽃 붉은 도시
반란의 도시
푸른 하늘 서러워
꽃이 지더니
흐르지 못한
반백년
항쟁의 세월
이제야 흐르네
우리 가슴에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20일 여순항쟁 순천 위령제가 열린다. 탑 설립 당시 '여순사건희쟁자위령탑'으로 명명됐으나, 2020년 5월 8일 순천시 지원으로 재정비하면서 '여순항쟁탑'으로 새롭게 명명했다.
주철희 박사님은 말했다. 역사는 기억과 기록이다. 1948년 기억과 기록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억과 기록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순항쟁탑은 2000년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던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이 역사의 의미와 뜻을 전달할 때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
여순항쟁탑의 옆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여순항쟁의 숭고한 역사를 잊지 않겠습니다."라 쓴 현수막이 걸려 있고, 또 그 현수막에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한 명씩 헌화한 뒤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를 알면 조금이라도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알게 될수록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서 미래는 없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면서 계속해서 알기 위해 노력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앞서 잊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현재의 나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 주철희, 『여순항쟁답사기2』, 흐름, 2022년
발제하여 이 글을 썼다.